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의 당사자인 국방부는 수사 외압을 폭로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한 부당한 압력과 수사개입을 중단하고, 국회는 즉각 국정조사를 개시하라.
<수사 외압을 폭로한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 대한 단체 입장문>
지난 7월 19일,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업 중 해병대 대원이었던 고 채수근 상병이 순직하는 가슴 아픈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국방부는 채 상병의 사망 원인과 함께 해당 사고의 책임자를 밝혀내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수사를 진행했던 해병대 수사단은 고 채수근 상병의 사망 사고에는 해병대 1사단장과 여단장을 포함한 8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고, 개정된 법에 따라 수사결과를 경찰로 이첩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한 후 결재까지 정상적으로 받았다. 그러나 다음날 국방부는 돌연 입장을 바꿔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하며 보직해임 하였고, 이에 박 대령은 본인의 모든 것을 걸고 언론에 나와 수사 과정에서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외압 정황을 폭로하였다. 국방부는 현재 박 대령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상태이다.
- 국방부 장관 결재 후 즉시 이첩해야 하는 규정을 어긴 국방부 측의 직권남용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개정된 법에 따라 사건을 경북경찰서로 이첩하기 위해 지난 7월 30일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았고 다음날 언론 브리핑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같은날 국가안보실로부터 언론 브리핑 자료를 넘겨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자료를 넘긴 후 언론 브리핑은 돌연 취소되었다. 곧이어 박정훈 대령에게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전화가 왔는데 박 대령에 따르면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전화를 통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들로 혐의자를 한정하고, 수사보고서에 혐의 내용들을 모두 빼라는 부당한 수사 외압과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또한 박 대령은 해병대 사령관이 사단장과 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온 문자메시지도 읽어주었다고 밝혔다.
군사법원법은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작년 7월 개정되었다. 이번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처럼 군인이 범죄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 재판권이 민간법원으로 넘어가고(군사법원법 2조 2항 2호), 이에 따라 수사권도 경찰 등 민간 수사기관으로 넘어가므로, 이를 위해 작년 법 개정과 동시에 대통령령으로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다. 동 규정 제7조(사건 이첩) 제1항은, “군검사나 군사법경찰관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범죄에 대한 고소 고발 진정 신고 등을 접수하거나 해당 범죄가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하는 등 범죄를 인지한 경우 군사법원법 228조 3항에 따라 지체없이 대검, 공수처 또는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입해 보면, 해병대 수사단장은 사망 사고에 범죄가 개입되어 있다고 인지하고 장관 보고 후 지체없이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의 인터뷰 내용대로 국방부 측이 보고 후 수사대상 변경을 위해 회수를 지시했다면, 대통령령 강행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 국방부의 항명(수괴)죄 입건과 관련하여 박대령이 항명하였다고 볼 적법한 명령이 존재하는 지에 대하여
박 대령이 폭로한 수사 외압이 존재하였다면 이는 중대한 불법이며 고 채수근 상병의 사고 원인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현재 국방부 장관의 결재 후 군사법원법에 따른 군사법경찰의 적법한 이첩행위 외에 박 대령이 어겼다고 볼 수 있는 적법한 명령의 공식적이고 구체적 실체가 보이지 아니한다. 박대령은 법률에 따라 사건을 원칙대로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해당 사건을 군사법원법의 취지와 달리 임의로 다시 회수했고 박 대령을 집단항명수괴죄로 입건하며 보직에서 해임까지 하였다.
국방부 대변인에 따르면 이첩보고서에 사망사고 발생에 인과관계를 미쳤는지가 불명확한 초급장교 이름들이 다수 거론되어서 피의자를 특정하지 말고 포괄적으로 이첩해라라는 취지로 보류지시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군사경찰 범죄수사규칙’ 서식 20호 입건·이첩 통보서와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 서식 5호 인지통보서 모두 피의자명과 죄명을 특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7조(사건 이첩) 제1항이 군사법경찰관은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첩해야 한다고 하였으므로, 추후 일반경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군사법경찰관은 피의자와 범죄사실을 특정하여 범죄를 인지하였다면 이를 기재하여 이첩해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해병대 수사단의 피의자 특정이 이첩을 보류시킬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는 없다.
따라서 국방부가 주장하는 항명죄의 기초가 되는 적법한 명령은 현재까지 보이지 아니한다.
- 국방부는 박정훈 대령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즉시 중단하고 국회는 수사 외압 관련자를 조사하라.
지난 8월 11일 박 대령은 언론에 나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국방부 수사개입 의혹을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 검찰단은 사전 승인 없는 인터뷰라며 박 대령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는 30년 전 서슬 퍼렇던 군사 정부 시절, 전 국민과 언론 앞에서 군부재자투표의 부정을 용기 있게 내부 고발한 이지문 증위의 양심선언 때와 닮은 꼴이다. 이번 사건에서 대통령은 고 채수근 상병의 사망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엄정한 수사를 약속했다. 수사를 지휘한 박 대령은 해병대 정신과 소신에 따라 고 채수근 상병 사망 사고의 원인과 안전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자를 명백히 밝혀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수사와 징계를 받아야 할 대상은 정당하게 수사한 결과를 법대로 경찰에 이첩하고자 한 박 대령이 아니라,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자들과 이후 수사를 방해하며 부당한 외압과 지시를 행한 자들일 것이다.
박 대령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한다고 해서 고 채수근 사병의 사망 원인에 책임이 있는 자들의 혐의를 약화시키거나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확실하고 투명한 수사를 통해 사망 원인을 밝혀내고 혐의자를 처벌하는 것만이 유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는 방법일 것이다. 국방부 또한 해병대 수사단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밝고 투명한 사회를 위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공익제보의 정신을 훼손하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수사 외압의혹을 폭로한 박 대령에 대한 수사와 징계위원회 회부는 성실하게 본인의 임무를 수행한 한 군인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자 인권침해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국회가 2021년 개정한 군사법원법의 취지는 군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피해자의 인격권과 사법정의의 실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함에 있는 바,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하여 수사에 대한 외압의 존재와 부당한 지시를 내린 자들이 누구인지, 국방부 외에 윗선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규명하여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본인들이 개정한 군사법원법의 본 취지를 지켜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국방부는 박정훈 대령에 대한 수사와 징계를 즉각 중단하고 공익제보자의 지위를 인정하라!
하나, 국회는 국정조사를 통하여 군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채수근 상병의 억울한 죽음의 실체를 밝히며 사법정의 실현을 위하여 노력하라!